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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고오오…!
소어가 정신을 집중시키며 태경심법의 내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삽시간에 중후한 힘과 굉음이 주변을 휘감았다.
‘정말 대단한 아이로구나… 허…’ 흑포 노인.
쌍마노괴라 일컬어지며 과거 강호를 주름잡았던 희대의 고수, 우천마검(右天魔劍) 노영명.
그는 모용천을 만나기 전까진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는 절세의 고수였다.
비록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그곳’에서 2인자의 신분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한때는 천하무적으로 군림했던 대종사가 바로 우천마검 노영명인 것이다.
그런 그가 놀랐다.
강호무림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흑도의 노괴가 고작 열다섯 어린 소년에게 경악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돼. 승기를 빼앗기면 그대로 죽는다.’ 소어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기감을 비집고 은밀하게 뒤를 밟은 것만 봐도 노인은 천외천의 존재다.
그렇다면 죽기 살기로 싸워보는 수밖에.
-소어야, 생사 대결에선 단순히 무공의 고하(高下)만으로 승부가 가려지지 않는다. 파워볼사이트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다는 필사의 의지가 있다면 그 격차를 상쇄할 수 있음이다. 이는 때때로 세상에 일어나는 기적이고, 십초무적공은 그런 기적을 창출하는 싸움의 기술이다!
소어는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막연하게 의지로 격차를 상쇄시킨다는 것은 무모하리만치 어리석은 일.
하나, 적어도. 파워볼게임
‘십초무적공은 다르다.’ 소어는 믿었다.
6년간 흘린 땀방울과 잔혹했던 매타작, 지리멸렬한 내공 수련과 뼈가 분쇄되는 혹독한 고통 속에도 십초무적공을 놓지 않았던 것!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십초무적공이 지니는 필승의 가치를 믿었기 때문이다.
“갑니다, 영감.” -파파팡!
소어의 입에서 맹랑한 한 마디가 튀어나옴과 동시에 그가 서 있던 지면이 움푹 패었다.
상대의 심기를 흐트러뜨리기 위한 심계였고, 쾌경보의 무지막지한 여파였다.
그러자 소어의 몸뚱이가 휘어진 화살이 날아가듯 노영명에게 쇄도했다.
‘허허, 저 투박한 쾌경보로 궁신탄영을 발현하다니!’ 노영명은 탄복하여 실소를 터뜨렸다.
하나 찰나의 순간.
그의 안면에 걸려 있던 웃음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콰가강!
소어의 어깨가 노영명의 쌍수와 격돌하는 순간, 노영명은 전신이 저릿저릿 떨리는 것을 느낀 탓이다.
“음…” 노영명은 충격을 흩트리기 위해 무려 열 걸음이나 몸을 뒤로 물린 뒤에야 자세를 정돈할 수 있었다.
하나 두 손은 아직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 큰 손해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사실 노영명이 어떤 인간인지 아는 누군가가 이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면 대경실색할 것이다.


노영명의 신체는 강철보다 단단해서 설령 천축국의 영물인 코끼리가 들이받는다 해도 반걸음도 그의 신형을 물러나게 할 수 없을 터다.
소어는 그런 노영명을 단순한 몸통 박치기로 열 걸음이나 물러서게 했으니 노영명으로서는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니…!’ 소어의 신형이 눈 깜빡할 사이에 다시금 엔트리파워볼 노영명에게로 쏘아졌다.
-구우우웅…!
노영명의 눈동자에 불신의 빛이 서렸다.
‘저것은…!’ -꽈르르릉!
소어의 일권(一拳)이 노영명의 흉부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벼락성이 터져 나왔다.
“크흣…!” 노영명은 그 거센 일권의 여파에 저도 모르게 짤막한 신음을 흘렸다.
‘제길… 안 통하잖아?’ 하나 이 적수공권의 싸움 속에서 낭패스러운 것은 소어였다.
소어는 방금, 권기를 뛰어넘은 권강(拳罡)의 형태로 공격을 감행했다.
권강은 권기와 차원이 다르다.


내기를 형상화하여 주먹에 덧씌운 뒤, 다시 그것을 정확히, 그리고 EOS파워볼 재빠르게 일격으로 승화한다는 것은 초절정의 수준에 다다라야 가능한 것.
하나 권강을 받고도 노영명은 그리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흔들며 몸을 뒤로 내뺄 뿐.
“정말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구나. 이 정도일 줄이야…” 노영명이 나직이 내뱉었다.
그것은 탄성이기도 했지만, 왠지 이 놀라운 소년 고수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하는 것에 대한 탄식 같기도 했다.
“노인장. 몸이 돌덩이네요?” 소어가 초연하게 물었다.

사실 소어는 경악을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연기를 했다.
‘두려워도 두려워 말고,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말라. 그런 의지만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너를 살릴 게다.’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영혼에 아로새긴 소어다.
설령 싸우다 죽는다 해도 결코,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을 터였다.
“아이야, 내가 생각을 잘못했구나. 이런 보배 같은 네가 얼마나 더 커나갈지 조금 더 지켜보는 편이 재밌을 뻔했다.” “…….”
“하나 애석하게도 네가 노부의 별호를 듣게 된 이상 어쩔 수가 없다. 로투스바카라 너는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허허. 끝까지 나를 기쁘게 하는구나.” “영감도 날 기쁘게 해요. 오랜만에 몸이 풀리는 것 같단 말이죠. 하하.”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너의 박투술은 확실히 과거 싸움귀 영감을 닮았다. 적수공권으론 도저히 내 너를 당하지 못하겠구나. 우습게도 너는 10년 만에 내게서 검을 뽑게 한 인물이다.” -스르릉…!
노영명이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헤쳤다.
그러자 금속으로 이루어진 허리띠에서 고색창연한 금광(金光)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연검이구나…’ 소어는 다시 한번 전율했다.
지금껏 노영명이 병장기조차 사용하지 않고 십초무적공을 받아냈단 사실을 상기한 탓이다.


하지만,
“오. 이제 제대로 할 마음이 생겼나 보네요? 검도 다 꺼내고?” 소어의 물음에 노영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린 소년에게 검을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어야 했다.
“자! 그럼 저도 이제 슬슬 시작해볼게요?” “뭣이라?” -쿵, 쿠쿵!
“아… 아니?!” 노영명의 눈이 회까닥 뒤집혔다.
소어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신발을 벗더니 손목과 발목에 채워져 있던 묵빛의 철 덩어리를 벗어 던진 것이다.
그 철 덩어리가 얼마나 무거웠던지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땅이 움푹 꺼질 정도였다.

“지… 지금까지 현철을 몸에 걸고 싸움을 했단 말이냐?” “네. 저는 몇 년이나 이걸 차고 생활했었습니다만?” 그 순간.
“크하하하하하!!” 천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광천대소가 노영명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나 이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었다.
초마를 넘어 극마를 거치고 탈마하여 오늘날 7갑자에 해당하는 내력을 보유한 노영명이 내지르는 사자후(獅子吼)였던 것이다.
범인이라면 듣기만 해도 몸이 터져버릴 테고, 정순한 내력을 지닌 고수라 할지라도 온몸의 구멍으로 피 분수를 토해내고 절명할 수준의 극악무도한 음공절학.
소어는 노영명의 사자후를 듣고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사자후가 소어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것이다.
아직 열다섯 소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꽤 크시네요.” “무어라?” “제가 그 목청 좀 따드리죠.” -파파파…!
다시 한 차례의 조롱으로 상대의 심기를 건드린 소어가 이내 출수하였다.
이번 출수는 지금까지와 격이 달랐다.
몸에서 현철 덩어리를 풀어낸 소어의 전진 도약은 그야말로 번쩍이는 빛을 연상시킬 정도로 쾌속했다.
‘극쾌…라는 건가?’ 노영명은 또다시 대경실색했다.
‘투신을 빼다 박은 녀석이군. 후후.’ 과거.
모용천과의 일전이 떠올랐다.
위대하단 표현이 부족했던 투신의 무위.

그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비참함.
그 모든 감정이 한데 섞이자 무거운 번민이 노영명의 가슴을 짓눌렀다.
‘아해야, 너는 참으로 운이 좋구나. 본좌의 파천마황검을 보게 되었으니. 클클.’ 그는 최근에야 완성시킨 자신의 일생절학을 펼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허공에서 강력하게 충돌하였다.
-콰르르르릉!
거대한 섬광이 두 사람의 주변 20여 장을 온통 백광(白光)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그 백광의 여파는 두 사람만의 아공간을 형성해냈다.
마치 멈추어진 시간 속에 오로지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은…….
“크허헉!” 그때.
소어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입과 콧구멍, 귓구멍에서 시커먼 사혈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노영명의 파천마황검에서 뿜어진 마기가 전신을 갈기갈기 베어 소어는 혈인(血人)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러나,
“크아아아악!” 소어의 절규는 외롭지 않았다.
그보다 더욱 신랄하고 비애스러운 절규가 노영명에게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괘씸한…” 소어는 파천마황검의 검격을 도저히 방어할 수 없단 생각에 목숨을 걸고 십초무적공의 모든 초식을 연환해 펼치는 한편, 인검일격(팔꿈치 공격)으로 노영명의 왼쪽 눈두덩이를 찍었다.
그 탓에 노영명의 안와골이 부러지며 눈알을 찌르게 되었고, 노영명의 왼쪽 눈은 두 번 다시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털썩.

소어의 신형이 썩은 고목처럼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어느새 소어의 얼굴은 송장처럼 푸르뎅뎅하게 물들어 있었다.
‘윽…’ 노영명의 내상도 적지 않았다.
그도 하마터면 목구멍으로 선혈을 흘릴 뻔했으나, 이내 집어삼키며 연검을 고쳐 쥐었다.
“잘 가거라. 투신의 제자여.” 노영명이 저벅저벅 걸음을 내디뎠다.
그 와중에도 의식을 잃지 않은 소어가 노영명의 신형을 바라보며 몸을 움직이려 했다.
하나 소어는 가까스로 꿈틀댈 뿐,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때.


“그만 멈추는 게 어떠하겠소?” 멀찍이서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오는 게 아닌가?
“아니?!” 노영명은 소어를 죽일 생각에 정신을 팔고 있다가 다짜고짜 흘러나오는 음성을 듣고 기함하여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누더기를 걸친 초로의 노인이 서 있었다.
‘저 사람은… 낮에 봤던 할아버지?’ 소어는 노인을 알아보았다.
노인은 바로 낮에 소어가 객잔에서 요리를 사 주었던 거지 노인이었다.
“너는 누구냐?” 노영명이 짐짓 무거운 낯빛으로 물었다.
“고인께선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귀하를 알 것 같구려.” “무어라…?” “천하를 통틀어 귀하 같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을 수 있는 자는, 한 손가락에 꼽을 수 있소. 다행히도 백도무림의 인물은 대부분 내가 알고 있으니 귀하는 흑도의 인물일 거요.” “…….”
“그중에서도 귀하는 아마 흑도 삼존 중 하나일 테지.” “…….”
“더욱 좁혀보자면 귀하는 쌍마노괴 중 일인이 아닐까 하오만 내 말이 틀렸소?” “왜 그리 생각하는 게냐?” “흑도 삼존 중 천마 위지운과는 술잔을 기울인 적 있으니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를 확실히 알아볼 수 있소. 따라서 당신은 천마가 아니오. 또한 혈마 태호공은 이미 이십여 년 전 투신에게 죽었소. 나는 당시 혈교를 소탕키 위해 투신과 함께 혈산에 올라 그를 직접 목격했으니 틀림없소. 때문에 당신이 쌍마노괴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 것이외다. 물론 쌍마노괴도 모습을 드러낸 지 오래되어 세인들은 죽은 줄로 알지만, 내가 생각할 수있는 건 그것뿐이오.” “그걸 알면서도 본좌를 막으려 한다는 건가?” “그렇소. 우선 나는 저 아이에게 빚을 졌으니 빚을 갚아야 하오.” “뭐라?”
“귀하 같은 고인과 비교한다면 내 이름 석 자는 그야말로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은원이 확실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소. 때문에 오늘 죽는 한이 있어도 당신을 막아야겠소이다.” “너는…” “나는 십만 비렁뱅이들을 거느린 개방의 용두방주, 홍인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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