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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일장춘몽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1) 잠시 후, 위 공공이 허둥지둥 벽청지로 들어왔다.
위 공공은 따뜻한 온천탕 앞에 선, ‘옷차림이 엉망인’ 방천군을 보고 내심 몹시 후회했다.
“아이고, 아씨. 왜 여직 이곳에 서 계십니까? 어서 소인과 함께 나가시지요.” 위 공공은 태감에게 방천군이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주라고 명령했다.
섭정왕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 방천군은 위 공공한테 이끌려 들어왔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방천군도 머리가 나쁘지 않았다. 주위를 살피던 방천군은 손목에 끼고 있던 빨간 옥팔찌를 위 공공 손에 쥐여 주었다.
“오늘은 위 공공께서 수고가 많았습니다. 작은 성의니 받아 주시오.” 위 공공은 울상을 지었다. 머저리 같은 진천화와 호양운의 꾐에 빠져 일을 크게 그르친 그였다.
섭정왕은 화가 단단히 났을 게 분명했다. 위 공공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불안했다.

위 공공은 한시라도 빨리 방천군을 서왕부에서 쫓아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녀의 뇌물을 받을 마음이 없었다.
위 공공은 한 걸음 물러나며 팔찌를 주려는 방천군을 피했다. 세이프게임 그는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아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소인은 한낱 서왕부의 내시일 뿐입니다. 아씨의 성의는 감당키 어렵습니다. 어서 도로 팔찌를 차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소인이 있다가 방 시랑께 연통을 넣어 아씨를 모셔 가도록 하겠습니다.” ‘뭐라고? 나더러 돌아가라고?’
방천군은 위 공공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으리으리한 서왕부의 면모를 본 그녀는 다시 보잘것없는 방부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더구나 섭정왕의 빼어난 외모는 방천군의 이상형에 가까웠다.
방천군은 순진한 시골 아낙네가 아니었다. 단순하고 평범한 여인이었다면 여태 시집까지 않고 버티지도 않았을 터였다.
방천군은 눈물을 글썽였다.

“위 공공, 소녀를 꼭 이렇게 죽음으로 내모셔야겠습니까?” 짜증이 세이프파워볼 밀려오고 있던 위 공공은 방천군이 그리 말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이가 없었던 위 공공은 방천군이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다.
위 공공은 그제야 제 발등을 자신이 찍었다고 후회했다.
“아씨,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위 공공의 말에는 별다른 감정이 섞여 있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점점 불쾌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방천군은 영악한 여자였지만 황궁에서 수십 년을 산 늙은 내시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방천군은 위 공공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억울한 듯 말했다. 파워볼사이트
“방금 전하와는 일이 성사되지 않았지만 제 명예가 이미 더럽혀졌습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간다면 소녀한테 죽으라는 말과 뭐가 다르다는 건가요?” ‘얼씨구, 잘도 죽겠다!’
방천군이 갈수록 기고만장하게 나오자 위 공공은 기가 막혔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아씨께서 정 원하시면 서왕부에 남으시든가요!” 순간 방천군은 속으로 몹시 기뻐했다.
방천군은 위 공공에게 살짝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럼 앞으로 위 공공만 믿을게요.” 위 공공은 입가에 파워볼게임사이트 조소를 담고 잰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방천군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내시의 안내를 받아 벽청지를 나섰다.
대략 1각을 걸어간 후 방천군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쌀쌀한 늦가을 밤, 방천군은 몸에 걸친 얇은 비단 피풍의를 단단히 여미다가 갑자기 발걸음 멈췄다.
그녀는 길을 안내하는 내시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등롱을 든 젊은 내시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아씨의 처소로 가는 것이지요.” 바보가 아닌파워볼실시간 방천군은 점점 외진 곳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정말 내가 머물 곳으로 가는 게 맞아?’ “왜 이렇게 황량한 것이지요?”
내시가 미소를 지었다. 손을 내밀어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한 밤이라 모골이 송연해졌다.
“아씨께서는 너무 예민하십니다. 밤이 깊어 하인 대부분이 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이 황량하다고 느끼시는 거겠지요. 어서 저를 따라오시지요. 아씨를 안내한 다음 소인은 위 총관이 시킨 다른 일들을 처리해야 한답니다.” 젊은 내시의 설명이 그럴싸하긴 했지만 방천군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한 채 따라갔다.
하지만 처소에 도착해서야 방천군은 자기가 속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곳은 서왕부에서 아주 외진 집으로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았다. 몹시 황량하고 내부는 잡초로 무성했다. 시중을 드는 하인조차 없었다.
그 집에서 나오려고 문으로 걸어가는데 건장한 호위무사 둘이 문 앞을 막아섰다.
그제야 함정에 빠졌다는 걸 확실히 깨달은 방천군은 절망감에 휩싸인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편 위 공공은 잰걸음으로 섭정왕이 있는 서왕부의 침궁(寢宮)으로 갔지만 침궁 대전 밖에서 제지당했다.
진축이 문 앞에 서서 장검으로 위 공공을 막아선 것이다.
그는 감정이 읽히지 않는 무표정한 눈으로 위 공공을 응시했다.
위 공공은 진축의 머리가 정말 크다고 생각했다.
“이보게, 진 호위, 어서 나 좀 들여보내 주게나. 전하께서 기다리실 거야.” 진축은 싸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위 공공이 없으면 서왕부가 안 돌아가기라도 한답니까? 전하의 허락 없이 제멋대로 굴면 뒷감당을 어찌하시려고요. 오늘은 들어가실 필요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이미 침소에 드셨으니 돌아가시지요.” 진축은 섭정왕의 최측근 비밀 호위무사였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진축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 들여보내지 않는다는 건 위 공공이 섭정왕의 비위를 몹시 상하게 했다는 말이었다.
순간 위 공공은 하늘이라도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축은 눈살을 찌푸렸다.

“위 공공, 전하의 일을 어찌 공공 혼자 멋대로 처리했겠소만 아무튼 신중했어야지요. 방천군은 깔끔하게 처리했습니까?” 진축의 말을 듣고 위 공공의 얼굴에는 다시 화색이 돌았다. 그 말은 섭정왕이 위 공공에게 완전히 실망하지는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진축이 방천군의 뒤처리를 언급했을 리가 없었다.
“사소한 일까지 진 호위가 걱정할 필요가 있겠나. 방천군은 두 번 다시 전하 앞에 나타나지 못할 테니 걱정하지 말게.” 방천군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았고 섭정왕의 손을 탄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마당이라 위 공공은 그녀를 평생 후회하면서 서왕부에 머물도록 조치했다.
섭정왕을 화나게 한 것 때문에 기분이 몹시 안 좋았던 위 공공은 그 울분을 방천군에게 모두 쏟아 냈다.
진축은 침궁 대전 앞 계단으로 시선을 옮겼다.
눈치가 나쁘지 않은 위 공공은 깨달은 바가 있어 즉시 털썩 무릎을 꿇었다.
섭정왕은 서재로 가서 책상 뒤에 앉았다.
처리해야 할 나랏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감정기복이 심했기 때문인 듯했다.
주필의 새빨간 먹이 상소문을 지나면서 글자가 써졌다. 상소문에 무슨 글이 써졌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왠지 짜증이 밀려와 상소문을 계속 읽어내려 갈 수 없었다.

섭정왕은 주필을 내려놓고 다시 침궁으로 돌아갔다.
침궁을 지키는 근위병들은 어두운 표정의 섭정왕을 보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이며 평소보다 더 행동을 조심했다.
섭정왕이 커다란 침상 앞에 서자 측근 근위병이 들어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잠옷으로 갈아입혀 주었다.
바쁠 때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사치였다. 섭정왕이 오늘처럼 해가 지자마자 잠자리에 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피곤할 때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반 시진이 지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섭정왕은 눈썹을 치켜 올리고 두 팔로 머리를 받쳤다. 눈을 뜨고 침상 휘장 사이로 비치는 흐릿한 빛을 응시했다.
향로에서는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남쪽 소국에서 진상한 최고급 안신향(*安神香: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기)이었다. 향기가 코끝에 살랑거리면 쉽게 잠에 빠져들게 되는데 오늘따라 섭정왕의 정신은 점점 또렷해졌다.
오랜 세월 동안 섭정왕은 연나라를 다스리는 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잠자는 시간까지 아까워했다. 불면증과 같은 사치는 꿈도 꿔 본 적이 없었다.
섭정왕은 신경질적으로 침상 안쪽으로 몸을 뒤집었다.

억지로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에는 자꾸 심균당의 모습만 떠올랐다.


녹색 장포를 입은 심균당은 키가 작았다. 새까만 머리를 백옥관으로 고정하자 예쁘장한 얼굴이 드러났다.
심균당은 그림이 그려진 접이식 부채를 들고 있었는데 까치가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그림이었다.
하얀 손으로 접이식 부채를 살살 흔들자 귀밑머리가 살랑거렸다. 살랑거리는 머리는 섭정왕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듯했다.
넋을 놓고 보던 섭정왕은 심균당을 부르려 했지만 갑자기 그의 뒤에서 귀여운 소녀가 걸어 나왔다.
그 소녀는 맑은 눈동자에 붉은 입술이 매혹적이었다. 키가 아담한 소녀는 하얀 손으로 심균당의 팔을 잡아당겼다.
소녀는 심균당의 장포와 같은 색깔의 치마를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서 있으니 관음보살상 아래에 있는 소년, 소녀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던 섭정왕은 입꼬리를 내리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맞은편 심균당은 섭정왕의 냉혹한 표정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
심균당은 우아하게 앞으로 나서며 섭정왕에게 예를 올렸다. 그의 목소리는 독특했다.
“전하!”
섭정왕은 얇은 입술을 꼭 다물고 즐거운 표정의 심균당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꽉 막혀 그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심균당은 섭정왕이 인상을 써도 두려워하지 않고 더욱 찬란하게 미소를 지었다.
심균당은 옆에 있는 소녀와 함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소매에서 금가루가 뿌려진 청첩장을 꺼내 섭정왕에게 두 손으로 바쳤다.
“전하, 소신이 며칠 내로 혼례를 올리게 되었사옵니다. 부디 귀한 걸음해 주시기 바랍니다.” 섭정왕은 맞은편 심균당을 싸늘하게 응시하고는 청첩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청첩장이 눈을 찌르는 듯했다.
울화통이 치민 섭정왕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심균당이 들고 있는 청첩장을 손으로 쳤다.
애송이에게 화를 내고 벌을 주려고 했지만 눈 깜박하는 사이에 심균당은 귀여운 소녀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갑작스러운 사태라 분노의 바다에 허우적대던 섭정왕도 속수무책이었다.
황당해하던 섭정왕은 주위를 둘러보며 심균당의 종적을 찾았다.
하지만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고 바늘이 떨어져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적막했다.
심균당은 어디에도 없었다.
초조해하고 있을 때 망사 휘장이 흔들거리면서 등불에 비쳤다.
주위가 점점 밝아지며 은은한 향기가 났다.
눈살을 찌푸린 섭정왕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어디가 어떻게 이상한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앞쪽으로 익숙한 풍경을 보며 주먹을 꼭 쥐고 발걸음을 뗐다.
문, 육각형 등롱, 구불구불한 복도, 은은한 향 등등. 서왕부의 벽청지였다.
섭정왕은 여러 겹의 노란색 반투명 휘장을 걷어 올렸다.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오고 수도꼭지에서 물을 내뿜는 사각형 욕탕이었다.
온천탕에는 새빨간 장미 꽃잎이 흩뿌려져 있었는데 가볍게 물결이 칠 때마다 조각배처럼 함께 출렁거렸다.
갑자기 물을 튀기는 소리가 들려 놀란 섭정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섭정왕은 온몸이 딱딱하게 굳었고 피가 아래로 쏠리는 것 같았다.
거문고 소리가 작게 들렸다.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한 사람이 섭정왕을 등지고 있었다. 기다란 머리카락은 등으로 내려와 하얗고 맨들맨들한 척추를 뒤덮고 있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허리가 온천탕에서 조금 움직였다. 물결의 출렁임은 섭정왕의 가슴을 두근거리도록 도발했다.
섭정왕은 자기도 모르게 축 늘어뜨렸던 손에 힘을 주었다.
부리부리한 눈으로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듯 등지고 있는 사람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결국 탕 안으로 들어간 섭정왕은 그 사람을 응시하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을 찾아낸 수사자처럼 섭정왕은 도망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그 사냥감을 응시했다.
벽청지의 한쪽 구석에 있던 그 사람은 여전히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다. 등지고 있어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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